하이파이 세계에 들어오면 누구나 아리송하게 생각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에이징' 다른말로는 Burn-in입니다.
새 이어폰이나 헤드폰, 케이블과 DAP를 구매하면 에이징을 한다는 분들을 심심찮게 봅니다.
소리가 부드러워졌다거나 저음의 결이 바뀌었다는 후기가 넘쳐나지만, 한편에서는 그렇게 비싼 제품들을 구매하면서 미신에 빠져있다고 실소를 날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연 에이징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이 입증하는 '실체'일까요, 아니면 오디오파일들의 집단적 플라시보일까요? 3가지 파트로 나누어 과학적 실마리를 찾아보았습니다.
1) 이어폰(리시버) : 물리적 실체가 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한 이어폰의 에이징은 비교적 명백한 과학적 실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물리적 컴플라이언스
: 새 구두를 처음 신으면 가죽이 딱딱해서 발이 까지거나 아프지만, 며칠 걸으면 제법
유연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드라이버의 진동판을 잡아주는 엣지와 댐퍼 부분
의 물리적 탄성이 초반 운동을 통해 부드럽게 풀리는 과정입니다.
- 측정치
: 실제로 측정 장비로 분석하면, 초저역대의 공진 주파수가 미세하게 낮아지며
저음의 잔향이 자연스러워지는 변화가 관측됩니다.
- BA나 EST에도 에이징이 적용되는가?
: 이들은 물리적 움직임의 반경이 극도로 작거나 금속 막대의 비틀림을 이용하므로
가청 영역에서의 물리적 에이징 효과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합니다.
[공학적 근거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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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lippel GmbH, "Mechanical Fatigue and Aging of Loudspeaker Suspen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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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Vance Dickason, "Loudspeaker Design Cookbook"
2) DAP 및 앰프(회로) : 전기적 안정화의 영역
소스기기의 에이징 역시 전자공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조금 찾아보니 핵심은 '콘덴서', 다른 말로는 커패시터라고 부르는 부분입니다.
- 유전체 포밍 현상
: DAP 내부에서 전기를 머금고 내부 전류를 안정화하는 커패시터들은 처음 전압이
인가될 때 내부 유전체 분자들이 전기장 방향으로 정렬하는 Forming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부품이 제 스펙대로 완벽하게 작동하기 위해 안정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학적 근거 주석]
3) 케이블 : 과학의 탈을 쓴 미신에 가깝다.
가장 논란이 많은 영역이죠^^; 케이블 에이징을 거치니 은선의 까칠함이 정돈되었다..뭐 이런 이야기는 꽤 자주 보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매우 어렵다고 하네요.
- 에이징을 주장하는 측
: '전자 정렬'이나 '결정 격자 구조의 안정화'를 말합니다. 하지만 실온에서 이어폰이
쓰는 mA 수준의 미세 전류로는 동선이나 은선의 구리 결정 구조를 물리적으로 변화
시킬 수 없습니다. 피복(유전체)에 미세한 전하가 축적되는 현상은 있으나, 이것이
소리의 신호 왜곡을 인간이 귀로 알아챌 만큼 바꾼다는 기기 측정 데이터는 아직
전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학적 근거 주석]
결론 : 정답은 역시 뇌이징(?)
그렇다면 왜 수많은 오디오파일은 케이블마저도 에이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과학계가 지목하는 가장 강력한 에이징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뇌', 즉 뇌이징입니다.
('청각 적응 현상'이라는 전문 용어가 있습니다.)
인간의 청각은 매우 빠르게 환경에 적응합니다.
새로 산 장비의 낯선 FR에 귀와 뇌가 적응하고 튜닝되는데 보통 수십 시간이 걸립니다.
즉, 장비가 길들여지는 시간보다 내 뇌가 새로운 소리에 길들여지는 시간이 더 지배적이라는 뜻입니다.
[인지과학적 근거 주석]
저는 에이징 논란이나 새로운 장비를 접할 때마다 자주 떠오르는 글귀가 있는데요, 이 유명한 시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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